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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gabonding에서 말하는 여행의 태도, 자유, 되찾기

by AshleyK 2025.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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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장기 여행을 하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 이런 고민을 할 때 롤프 포츠(Rolf Potts)의 《Vagabonding》은 단순한 장기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 삶으로서의 장기 여행에 대한 작가적 고찰을 보여준다. 이 책은 여행의 태도를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를 다시 바라보고, 진짜 자유가 무엇인지 사유하게 하며, 결국 ‘잃어버린 나’를 되찾게 하는 여정을 안내한다.

여행자

1. 여행은 삶의 태도이다

《Vagabonding》의 가장 큰 미덕은 여행을 단순히 ‘떠나는 행위’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롤프 포츠(Rolf Potts)는 여행을 하나의 삶의 태도로 보고, 그것이 일상과 완전히 분리된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반복 가능한 삶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인 여행서는 며칠짜리 휴가, 관광지 추천, 경비 절약 팁 등 현실적인 틀 안에서 여행을 해석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그 관점을 뒤집는다. 그는 단기 여행이 줄 수 없는 경험의 깊이를 강조하며, 짧은 일정 안에서 촘촘히 짜인 여행 계획이 결국은 또 다른 일상적 압박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우리가 몇 개월에 한 번쯤 떠나는 휴가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지만, 포츠가 말하는 장기 여행은 오히려 일상의 확장이다.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주요 명소를 ‘체크’하며 돌아오는 관광이 아니라, 한 도시에 며칠, 몇 주씩 머물며 현지의 삶을 천천히 관찰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호흡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그가 말하는 진짜 여행이다. 그는 반복해서 말한다. ‘여행이 당신의 삶을 바꾸기를 바란다면, 당신의 삶의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 말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철학이다. 《Vagabonding》은 자신만의 시간과 리듬을 되찾기 위한 연습이고, 그것은 종종 목적지도 없이, 계획 없이 떠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여행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일정표보다 철학적 질문을 먼저 던진다. ‘왜 떠나는가’, ‘무엇을 잃고 싶은가’, ‘무엇을 되찾고 싶은가’. 이 질문들은 단순히 항공권을 사고 숙소를 예약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는 여행을 통해 세상이 아니라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한다. 세계 일주는 어쩌면 수많은 장소의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그 장소들을 거치며 조금씩 바뀌어 가는 나 자신을 기록하는 여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이고, 여행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대한 훈련이다.” 결국 단기 여행은 삶에서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는 수단이 될 수는 있어도, 삶의 구조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반면 포츠가 말하는 장기 여행은 일상을 잠시 벗어나 비슷한 곳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삶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전환이며, 그 속에서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관을 세우게 된다. 그는 여행 중 만나는 느림, 불확실성, 타인의 삶과 문화에 대한 마주침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렸던 감각을 되찾게 해주는 열쇠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지 어디로 떠나라, 어떻게 싸게 가라는 조언이 아니라, 여행이라는 도구를 통해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고민하게 해주는 철학적 제안이다. 단기 여행이 할 수 없는 역할을, 장기 여행이 가능하게 한다는 그의 말은 단순히 시간의 길이 때문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와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동안 여행을 휴식과 소비, 보상으로 여겨왔다면, 포츠는 그 틀을 깨고, 여행이야말로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훈련이라고 말한다. 낯선 장소에서 길을 잃고, 낯선 언어를 이해하려 애쓰고, 전혀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시도하는 모든 과정이 결국은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기 여행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삶의 밀도와 감각을 다시 깨우는 유일한 통로일지도 모른다.

2. 자유는 시간이 있을 때 시작된다

《Vagabonding》에서 롤프 포츠는 자유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한다. 많은 사람들이 장기 여행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돈’이다. 충분한 돈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포츠는 그 생각 자체가 현대 소비 중심 사회가 만든 착각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자유는 시간이 있고, 돈이 적을 때 시작된다”. 이 문장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방향을 뒤흔드는 선언처럼 다가온다. 그가 말하는 자유란,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해서 얻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덜 벌고, 덜 소비하고, 덜 소유함으로써 얻게 되는 시간의 주권이야말로 진짜 자유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장기 여행을 떠나기 위해 몇 년 치의 저축과 완벽한 계획, 정년 이후의 안정된 삶을 필요조건으로 생각하지만, 포츠는 지금의 삶을 조금씩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매달 나가는 고정비 중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줄이고, 매일 퇴근 후 1시간씩 TV나 SNS에 쓰던 시간을 자기 계획에 할애하는 것, 주말을 무의미한 쇼핑 대신 여행 준비에 쓰는 것, 바로 그 순간부터 장기 여행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철저히 개인의 선택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문장들이 책 전반에 흐른다. 그는 우리가 시간을 써야 할 이유를 모른 채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팔고 있다고 말하며, 그것이야말로 진짜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장기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이유를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삶의 주도권을 외부 요인에 넘겨버리는 것이며, 사실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실제 예시로 다양한 장기 여행자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큰 자산 없이도 떠난 사람들, 중간에 일하면서 여정을 이어가는 사람들,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일과 여행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능성은 의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입증한다. 포츠는 “돈이 없어서 못 떠나는 것이 아니라, 떠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돈이 필요해지는 것”이라는 역설적인 문장을 통해 독자에게 사고 전환을 유도한다. 그는 소비를 줄이면 여행은 가까워지고, 여행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줄어드는 구조에 대해 설명하며, 장기 여행이 단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우리는 종종 삶의 안정과 자유가 서로 충돌한다고 믿지만, 그는 오히려 진짜 자유는 자신의 시간에 대한 주권을 회복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루의 8시간을 회사에, 남은 시간을 피곤한 회복에만 쏟는 삶 속에서는 자유라는 단어 자체가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는 “자유는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여권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내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그 자유는 돈으로 살 수 없으며, 오히려 ‘돈이 많지 않음’이 새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많은 여행자들이 막상 떠나고 나서야 깨닫는 사실은, 장기 여행에 필요한 자금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동남아, 남미, 동유럽 지역에서는 한 달 100만 원 내외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으며, 숙소, 식비, 교통비 모두 현지화하면 ‘비싸다’는 고정관념이 무너진다. 포츠는 그런 ‘작은 예산의 삶’을 새로운 삶의 가능성으로 제시하며, 시간에 쫓기지 않고, 소비에 중독되지 않고, 남들이 정해준 기준에 묶이지 않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자유는 어느 날 갑자기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간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연습을 통해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임을 강조한다. 결국 그는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이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 그 삶을 계속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작지만 깊은 변화의 단초를 지금부터 만들어갈 것인가? 《Vagabonding》이 주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지금의 삶에서 약간만 줄이고, 약간만 바꾸면, 지금 당장 떠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자유는 꿈이 아니라 습관이며, 시간이 있고 돈이 적을 때 오히려 더 쉽게 시작되는 일이다.

3. 여행의 본질은 되찾기

《Vagabonding》에서 롤프 포츠는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었지만 잊고 살았던 것들을 ‘되찾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그는 여행을 어떤 특별한 경험을 사는 행위로 보지 않으며, 오히려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감각, 삶에 대한 주도권, 타인과 세상에 대한 열린 태도를 다시 회복하는 행위로 설명한다. 우리는 흔히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문화, 음식, 사람, 장소를 만나게 될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포츠는 그런 ‘외부적 발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내면의 재발견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 책에서 강조되는 것은 여행을 떠나면서 생기는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관점의 변화, 인식의 전환, 감각의 회복이다. 그는 말한다. “진짜 여행자는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낡은 시선을 벗어나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이 말은 여행을 어떤 결과나 체크리스트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익숙해져 무뎌진 삶의 감도를 다시 세팅하는 장치로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낯선 곳에서 우리는 익숙했던 말투, 행동, 판단 기준을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된다. 그 순간부터 우리의 인식은 다시 예민해지고, 감각은 깨어나며, 주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힘을 회복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포츠가 말하는 ‘되찾기’의 의미다. 그는 여행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건 화려한 명소가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들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질문들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라고 조언한다. 왜냐하면, 진짜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완성되는 게 아니라, 떠나기 직전의 혼란과 두려움 속에서 이미 시작되기 때문이다. 되찾는다는 건,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었지만 잃어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의 호기심, 즉흥적인 선택, 편견 없는 관찰, 타인과의 열린 대화 같은 것들. 포츠는 여행을 통해 그런 본능적 감각들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통해 삶 자체가 더 풍부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여행을 통해 세계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여행자가 바뀌고, 그 바뀐 시선으로 다시 일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같은 길을 걷더라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주변을 마주하게 되는 경험, 그것이 진짜 여행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여행을 다녀왔다고 해서 모두가 변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며, 여행이 변화를 준다기보다,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만이 여행을 통해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여행이 주는 마법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작동하며, 그것은 장소나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와 의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여행의 깊이는 거리나 비용, 일정의 길이에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마음이 얼마나 열려 있고, 얼마나 비워졌는가에 따라 여행의 밀도가 결정된다. 그는 이런 점에서 여행을 ‘되찾는 훈련’이라고 정의한다. 삶의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감정을 느끼는 능력을 잃지 않기 위해, 고요한 순간을 받아들이는 힘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요약하자면 《Vagabonding》은 여행을 단순한 경험이나 탈출구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여행을 통해 ‘잃었던 자신’을 다시 찾는 여정으로 풀어낸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더 원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들은 이미 우리 안에 있었고, 그걸 꺼내는 방식으로서의 여행이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이다. 그것은 감성적이면서도 동시에 철학적인 메시지이며, 독자로 하여금 여행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떠나는 이유가 새로움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래된 자신과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면, 여행은 단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삶 전체를 다시 살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Vagabonding》은 여행을 단순한 탈출이나 소비로 바라보지 않는다. 여행을 통해 삶의 리듬을 회복하고, 시간을 선택하는 힘을 키우며, 결국 자신을 되찾는 깊은 여정을 제안한다. 지금 떠나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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