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일본 조용한 시골 다카야마, 긴잔온천, 우치코

by AshleyK 2025. 4. 7.
반응형

복잡한 도시를 떠나 조용한 마을에서 쉬고 싶을 때, 일본의 시골 마을들은 그 자체로 완벽한 위로가 된다. 번화가의 화려함보다는 고즈넉한 풍경, 천천히 흐르는 시간, 혼자만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여행을 원하는 사람에게, 일본의 시골은 최고의 여행지다. 이 글에서는 혼자 떠나기에 딱 좋은 일본 시골 마을 세 곳 다카야마, 긴잔온천, 우치코의 매력을 소개한다.

일본 온천 여관

1. 기후현 다카야마

다카야마(高山)는 일본 혼슈 중심부, 기후현의 히다 지역에 자리한 전통 산속 도시로, 도쿄와 오사카 중간쯤에 위치하면서도 관광객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조용하고 깊은 마을이다. ‘히다 다카야마’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나고야에서 출발하는 JR 히다 특급 열차를 타면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려 도착할 수 있다. 기차가 산맥을 따라 달리는 동안 창밖으로는 협곡과 강, 숲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지고, 도착했을 때 마치 도시의 시간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 이곳을 지배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다카야마는 에도 시대의 전통 거리 풍경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마을로, 산마치스지(三町筋)라고 불리는 구시가지 중심에는 18~19세기에 지어진 목조 건물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거리에는 히다 소유(히다 지역 전통 가옥 양식)가 그대로 남아 있고, 현지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소규모 양조장, 찻집, 전통 과자 가게, 도자기 공방 등이 조용히 문을 열고 있어 상업화된 도시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이 마을의 진짜 매력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좋은 여행이라는 점이다. 특별한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그냥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되며,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에서 혼자 걸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된다. 미야가와 아사이치(宮川朝市)는 아침마다 열리는 전통 시장으로, 현지 농산물과 수공예품이 판매되며 관광객보다는 실제 생활하는 주민들이 더 많아 마치 지역 축제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시장을 지나 미야가와 강을 따라 산책하면 물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시간이 이어지고, 중간중간 나무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도 종종 보인다. 골목 안쪽에는 오래된 다다미 찻집이 많아 혼자 들어가기도 전혀 부담 없고, 말차와 화과자를 주문하면 아주 조용한 공간에서 깊고 느린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다카야마는 계절마다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도시이기도 하다. 봄에는 벚꽃이 산과 도시를 물들이고, 여름에는 산속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걷기 좋은 계절이 된다. 가을엔 알록달록한 단풍이 목조 건물과 어우러져 사진 속 배경처럼 변하고, 겨울이 되면 눈 덮인 거리와 전통 료칸의 실내 온천이 조용히 마음을 데워준다. 료칸(전통 숙소)에 혼자 머물 수 있는 객실도 많고, 대부분 식사 포함으로 구성되어 있어 따뜻한 가정식을 혼자 오롯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혼자 여행자에게는 큰 장점이다. 이외에도 히다 다카야마 야타이 회관, 다카야마 진야(옛 관청), 히다 민속촌 등 지역의 전통문화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하며, 하루 이상의 일정을 잡고 머무르기에 아깝지 않다. 저녁이 되면 거리는 조용해지고, 황혼의 빛 속에서 골목을 천천히 걷는 일 자체가 힐링이 되며, 그 순간 비로소 이 도시의 진짜 감성이 가슴 깊이 들어온다. 다카야마는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머무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되는 곳이며, 혼자 떠난 이들이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게 되는 장소’로 자주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야마가타현 긴잔온천

긴잔온천(銀山温泉)은 일본 혼슈 북부 야마가타현 오바나자와시에 위치한 작은 온천 마을로, 다이쇼 시대의 건축 양식과 조용한 자연환경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곳이다. 마을 이름인 '긴잔'은 과거 이곳이 은광(銀山)으로 번성했던 역사에서 유래되었으며, 지금은 채굴 대신 휴식과 치유의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전국에서 가장 감성적인 온천 마을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오이시다 역까지 이동한 후 버스나 택시로 약 40분을 더 들어가야 도착할 수 있고, 교통이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바로 그 불편함 덕분에 마을의 고요함과 아날로그한 감성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긴잔온천의 중심에는 작고 맑은 계류가 흐르고 그 양쪽으로는 100년 넘은 목조 온천 료칸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으며, 가스등 조명이 어스름한 골목을 은은하게 밝혀주는 저녁 풍경은 마치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처럼 환상적이다. 실제로 이곳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 중 하나로 알려져 있을 만큼 일본 특유의 노스탤지어를 잘 품고 있다. 마을 자체가 크지 않아 걸어서 10분이면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지만, 그 속도와 공간 안에 담긴 정서는 여행자가 한참 머물고 싶게 만든다. 대부분의 료칸은 1인 숙박을 허용하며, 전통 다다미방과 가이세키 요리가 포함된 1박 2식 구성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특히 혼자만을 위한 노천탕이 마련된 료칸도 있어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여행자 대부분은 짧은 외출보다 이곳에서의 ‘머무름’ 자체에 집중한다. 아침이면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리고, 저녁엔 가스등 아래 조용히 걷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수면 위로 흔들린다. 날씨가 흐린 날이나 눈이 오는 겨울철엔 마을 전체가 흐릿한 안개 속에 잠겨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며, 이런 분위기 덕분에 긴잔온천은 특히 혼자 떠나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감정을 정리하기에 좋은 마을'로 많이 언급된다. 주변에는 작은 산책로와 폭포가 있어 가볍게 걷거나 사진을 찍기 좋고, 디저트 가게, 찻집, 기념품점은 소규모지만 정성스럽게 꾸며져 있다. 특히 대추 단팥소로 채워진 전통 만쥬와 말차 아이스크림은 지역 특산 디저트로 인기가 많다. 긴잔온천의 묘미는 일정이 없는 여행이다. 미리 계획을 세우기보다 현지의 날씨, 몸의 리듬, 마음의 흐름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유연함이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조용하고 깊은 밤, 료칸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물소리와 나무 바닥을 밟는 소리가 유일한 배경음이 되어줄 때, 여행자는 비로소 자기 안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다. 긴잔온천은 휴식이 목적이 아닌 여행에도, 여행이 곧 쉼이 되길 바라는 사람에게도 완벽한 곳이다. 이곳을 다녀온 후에는 사람들은 말한다. ‘다시 떠나고 싶다’가 아니라 ‘그냥 다시 있고 싶다’고. 바로 그게 긴잔온천의 힘이다.

3. 시코쿠 우치코

우치코(内子)는 일본 시코쿠 에히메현 남서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마쓰야마에서 JR 열차를 타고 약 30~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도착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시간대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마을의 진짜 매력은 조용함 그 자체이며, 유명한 관광지도, 화려한 시설도 없지만 오히려 그것이 우치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인구 1만 명 남짓의 이 작은 마을은 18~19세기에 밀랍과 목재 산업으로 번성했으며, 그 당시 건물과 거리 구조가 지금까지도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특히 ‘야오요로즈 거리(八日市・護国)’라 불리는 전통 거리에는 에도 후기에서 메이지 시대까지의 상가 주택이 줄지어 서 있고, 대부분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어 관광지라기보다는 살아 있는 마을의 느낌이 더 짙다. 이 길은 ‘국가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문화재적 가치가 높고, 그 안을 걷는 것만으로도 일본의 오래된 일상을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다. 마을 전체가 작고 조용해서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좋고, 어떤 골목으로 들어가도 자동차 소리 하나 없이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들려온다. 우치코자(内子座)는 1916년에 세워진 목조 전통 극장으로, 지금도 가부키 공연이나 마을 행사가 열리는 문화 공간이다. 관광객에게도 개방되어 있어 직접 무대에 올라가거나 좌석에 앉아볼 수 있으며, 일본 전통 공연 문화를 가까이서 체험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된다. 그 외에도 밀랍 박물관, 유기농 농장, 민속공예 체험장 등 소규모 체험 공간이 마을 여기저기에 퍼져 있으며, 무엇보다 여행자는 이 마을에서 ‘계획 없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작은 카페, 전통 찻집, 도자기 공방이 조용한 골목마다 숨어 있고, 주인장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조용히 책을 읽으며 앉아 있는 시간조차 이곳에선 여행이 된다. 혼자 떠나기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이 마을의 시간 흐름이 아주 느리기 때문이다. 모두가 천천히 걷고, 말수가 적고, 거리의 소음도 거의 없어 자기 안의 생각을 정리하기에 더없이 좋다. 계절마다 풍경이 바뀌는 것도 이 마을의 매력 중 하나다. 봄이면 매화와 벚꽃이 골목을 채우고, 여름엔 푸른 논밭과 시골 들꽃이 마을 외곽을 감싸며, 가을이면 단풍과 은행나무가 붉은 빛을 뿜는다. 겨울에는 차분한 회색 하늘과 정적인 풍경이 맞물려 마음을 비워내기에 좋은 계절이 된다. 숙소는 작지만 정갈한 민박이 많고, 일부는 농가 체험이 가능한 로컬 가정집으로 운영되어 식사까지 함께 해결할 수 있다. 하루나 이틀만 있어도 마음이 정리되는 이 마을은, 어쩌면 '여행'이라는 단어보다 '머무름'이라는 단어에 더 어울리는 장소다. 우치코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곳이며, 그 사실을 여행자가 스스로 허락할 수 있게 해주는 마을이다. 떠나기 전엔 평범해 보이던 이 마을이, 돌아올 땐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으로 남아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결론

일본 시골 마을의 가장 큰 매력은 ‘비워진 시간’ 속에서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카야마, 긴잔온천, 우치코는 각각 다른 색과 감성을 지녔지만 공통적으로 조용하고, 부드럽고, 혼자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여행지다. 이번 여행이 목적지보다 여정을, 명소보다 마음을 위한 것이라면, 일본의 이런 시골 마을이 그 답이 되어줄 것이다.

반응형